
아주 오래된 옛집이었다.
예전에 이모가 이사 가시기 전까지 살던 집이라는데,
지금은 손을 보지 않은 채 그대로 두고 계신다고 한다.

나물 캐본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천천히, 혼자 해보기로 했다.

텃밭에는 시금치와 쪽파 등이 제법 자라 있었고
흙을 만지며 하나씩 뽑아내는 시간이
생각보다 고요하고 좋았다.

집을 나오기 전, 잠시 더 둘러보았다.
슬레이트 지붕의 오래된 개량 한옥,
시간이 멈춘 듯 이곳의 세월이 그대로 남아 있는 듯했다.
어릴 적,
기와 한옥 집에서 할머니가 사시던 기억이 있어
괜히 더 익숙하고 마음이 머물렀다.

낡은 기둥과 금이 간 흙벽, 툇마루,
그리고 슬레이트 지붕.
세월이 그대로 쌓여 있는 모습에
이곳에서의 삶이 어땠을지 자연스레 그려졌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시간은
이렇게 조용히 머물러 있구나 싶었다.

정말 옛날 벽지 문양이었다.
낡은 온돌방과 나무색 옷장,
이모네가 살았던 흔적들이 남아 있는 공간이라 그런지
괜히 마음이 묘해졌다.
이모 집은 4남매였다고 했는데,
이곳도 한때는 북적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머물렀을 뿐인데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기분이었다.
시금치를 한가득 담아 들고
다시 돌아오는 길,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작은 심부름이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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